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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독 치료, 사회적 접근 중요… 새출발 이어져야 조회 1,289 등록일자 2018.04.06

[차 한잔 나누며] “중독 치료, 사회적 접근 중요… 새출발 이어져야”

강선경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장/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와 협약/2018년 처음 ‘동료상담사’ 30명 양성/중독 회복자, 교육·훈련 거쳐 활동/
과거엔 중독자들 격리하기 급급/인권 중시 추세 따라 접근법 변화/사회 복귀 이어져야 진짜 치유

“중독 치료란 단순히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꾸준히 회복 상태를 관리하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잘 살아갈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강선경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장(사회복지학 교수)은 중독 문제의 해결을 위해 환자 한 명의 치료가 아닌 사회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지 않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선경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장이 도박 중독 회복자를 활용한 동료 상담사 양성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이러한 점에서 지난 9일 생명문화연구소가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KLACC)와 맺은 ‘동료 상담사 양성과정 개설을 위한 협약’은 큰 의미가 있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강원랜드 인근에서 도박 중독과 관련해 발생하는 각종 현상에 대해 축적한 KLACC의 노하우와 생명문화연구소의 학술·연구적 성과를 접목해 올해 30여명 도박 중독자를 ‘동료상담사’로 양성하는 것이다.

연구소는 올해 ‘단도박’을 전파할 수 있는 동료 멘토(2급)를 양성한 뒤 이들 중 역량과 가능성이 큰 사람을 뽑아 내년쯤 전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1급 상담사로 키울 계획이다.

이번 과정은 중독자를 교육·훈련해 동료 상담사로 양성하는 것이며, 마약·알코올·게임 등 각종 중독과 관련한 분야에서 국내 최초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교육과정을 거친 도박 중독 회복자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는 것 등의 사례가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도 아직 사례가 많지는 않다.

강 소장은 “그동안 중독 분야에서 진행된 각종 회복과정이 전문가가 주도하는 방식에 너무 치우쳐있다 보니 당사자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종종 드러냈다”며 “도박 중독 분야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다른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기대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인근에서는 도박하러 왔다가 재산을 탕진한 뒤 돌아가지 못하는 ‘장기체류형’ 도박자가 상당하다.

강 소장은 “과거 이들에 대한 접근은 환자에 국한하며 낙인을 찍고 분리하기에 바빴다”며 “특히 장기체류자의 경우 경제적, 심리적, 병리적 개입 외에도 사회·문화·공동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박 중독자들을 회복하게 하려면 먼저 본인의 상황을 인정하고 주체적으로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한 단도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도박에 성공한 뒤 새 출발을 해야 하지만 가족은 물론 지인과의 인간관계가 대부분 단절돼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도박 중독자들은 경제적 파탄으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경우가 많고, 다시 절망에 빠져 도박에 손대는 사례가 잦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회복 상태를 유지하고, 나아가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경제적 자립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강 소장은 “동료 상담사는 다른 도박 중독자들에게 회복의 경험을 전파하고 유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위의 (중독 치료)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해결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도박 중독이란 복합적 문제여서 아무리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당사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면 개입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 소장은 “도박 중독자에게 새 삶을 권유하는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문제를 경험하고 회복에 성공한 단도박자”라며 “이미 도박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는 단도박자들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한다면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중독자나 정신질환자, 노숙인 등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기에 급급했던 종전의 세태에서 벗어나 탈시설이나 인권 증진 등의 가치에 무게를 싣는 추세와도 부합한다.

지난해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은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체계를 구축해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이 병원이나 요양시설 대신 집이나 그룹홈에서 지역사회의 돌봄을 받도록 하고 있다.

강 소장은 “동료 상담사들은 도박자들에게 중독으로부터의 회복이나 본연의 위치로 복귀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어우러져 의미 있고 보람 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간성 존중과 생명사랑의 가치를 실현하는 ‘회복문화 운동’이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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